Miniful

'메신저'라는 향수 본문

Brand Marketing/Practice maketh Perfect

'메신저'라는 향수

fiora, 2017.11.16 01:38



나는 원래 어릴 때 부터 혼자 일기쓰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. 어릴 때는 워낙 감정에 솔직했는지라 일기 쓸 것도 많았고, 옛날 일기를 읽어보면

뭐가 그렇게 화나고 뭐가 그렇게 슬프고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, 참 감정적인 단어들이 많이 쓰여있다. 

사실 뭐, 일기는 감정적인걸 토해낼 때가 가장 재밌는거니까.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

(물론 상대적으로 아직 한참 덜 먹은 나이지만)

정말 일기 "쓸게" 없어서 잘 안쓰게 된다. 써봤자 진짜 오늘 이거했고 저거했고 그게 끝이라 쓸 맛이 안난다고나 할까...

나중에 내가 썼던걸 다시 읽을 때도 딱히 재미가 없고.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은 '내가 일기장 속에서 조차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는구나'였다. 

모르겠다. 중∙고등학교 때 혼자서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었던것 같다. 근데 티낸적은 정말 손에 꼽는다.

그렇게 남들에게 나의 감정을 숨기는걸 많이 하다보니 많이 무뎌지기도 하고, 그러다보니 감정의 강도가 어지간히 세지 않고서는 

나조차도 잘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. 예전에는 '별거'였을 감정이 날이 갈 수록 '별거'가 아니게 되고, 나도 내 감정을 무시하기까지 이르렀나보다. 


아무튼, 서론이 너무 길었네 하하 왜 저런 얘기가 나와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말하고싶었던 요지는,

어느 순간부터 내 생각 또는 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글을 쓰는게 좋아지고 재밌어졌다는거다. 

(일기 쓰는것도 포함인데 요즘 다이어리에게 참 미안하다... 내가 내년에는 꼭 열심히 매일매일 써줄게.... 는 매년 말/초에 하는 소리^^)

감성글 쓰는 것도 (가끔 내가 써 놓고도 좀 너무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지만) 참 재밌다.


이 글은 다섯개의 제시어(감기, 이름, 메신저, 핀테크, 구글)를 보고, 40-45분 안에 글을 써내려가는 글쓰기 실습때 쓴 글이다.

제시어를 보자마자 '메신저'에 꽂혀서 그냥 술술 써진 글이다. 너무 내 감성에 빠져 쓴 느낌이 있어서 민망하기는 하지만, 뭐 어때.


나는 세상의 기술이 빠르게, 혹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딱 21세기의 정점에 태어났다. 기술이 급변하고 있지만, 그래도 습득력이 빠른 어리고 젊은 나이이다 보니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다 제대로 경험해보고 있다. 그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기술 또는 수단이 제일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없다. 내가 거쳐간 메신저만 해도 버디버디부터 시작해서 네이트온, MSN, 스카이프, BBM (Black Berry Messenger), 페이스북 메신저, 그리고 카카오톡까지 일곱 개가 있으니 말이다. 어떤 사람이 보면 이 시기에 태어난 것이 불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. 조금 익숙해지려 하면 이미 세상의 기술은 한발짝 앞에 나아가 있고, 다시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고, 그 전의 것들에 내가 남겨놓았던 정보와 이야기들을 놔두고 또 새로운 것에 다시 시작해야하니까. 하지만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. 많은 메신저를 사용하며 새로운 것을 따라 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옛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, 더 뚜렷하게 옛날을 추억 할 수 있게 되었다.


내가 처음으로 메신저의 해비 유저가 된건 MSN 메신저를 쓸 때부터였다. 중학교 때 학교에 갔다가 집에만 오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저녁에 모두가 MSN에 모여 채팅을 했다. 그리고 그 때 당시의 Hotmail 주소를 생각해보면 모두의 흑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유치했다. 그리고 MSN에 있었던 오늘의 한마디의 기능에는 온갖 2병스러움으로 가득했다. MSN이 이젠 없어져서 예전 친구들의 흑역사를 못보는게 한이 될 정도로 나에게 MSN이라는 메신저는 내 어릴 적 기억에 크게 자리 잡혀있다. 아날로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, 나에게 아날로그 감성, 옛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향기를 풍기는 메신저가 아닐까.


중학생들의 메카였던 MSN을 뒤로하고 고등학생이 된 나와 내 친구들은 모두 스카이프로 갈아 탔다. 그 때는 우리가 다 철 들고 나이도 먹은 만큼 다 먹은 줄 알았다. 지금 보니 스카이프도 만만치 않은 흑역사의 집합체다. 불행이자 다행인건, 지금도 스카이프는 살아있기 때문에 모두의 흑역사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. 그리고 또 불행이자 다행인건, 친구들과 했던 대화 내용도 웬만한 것은 아직도, 여전히, ,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. 그 때는 눈치채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서로에 대한 감정도 지금 다시 보면 고스란히 다 느낄 수 있다. 그 때 당시에는 몰랐던 나에 대한 모습도 다시 보인다. 나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, 새롭지 않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일종의 통로가 되었다. 페이스북 메신저도 마찬가지. 페이스북 메신저는 모든 사람과 한 모든 대화가 다 남겨져 있다. 이 역시 흑역사의 집합체다.


그리고 지금,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. 내가, 우리가 카카오톡을 10년 후에도 계속 쓰고 있을지, 아니면 카카오톡 또한 나에게 옛 추억의 향기를 불러일으키는 흑역사 집합소가 되어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.


어떻게 보면 한 곳에 다 모아서 볼 수 있는 추억들이면 한번에 다 볼 수 있으니까 더 좋을거라 생각 할 수 있지만, 나는 오히려 각각의 메신저에 파편화되어 있는 추억들이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더 좋다. 그리고 더 나아가 메신저 종류를 통해 내가 몇 살이었는지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명확하게 그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.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메신저의 형태 또한 계속 바뀌고 있지만, 어떤 것을 쓰던 그 기술, 그 메신저에는 사람 향기가 배기 마련이다. 그렇게 그만의 향수가 된다.


이제 카카오톡은 어떤 향수로 남아 훗날 나의 감성을 자극할까?



앞서 말했듯이 나는 일기 쓰는 걸 참 좋아한다. 내 몸만 따라준다면 매일매일 쓰는 습관을 들이고싶은데 참 생각대로 안되는 것 같다. 

일기도 그렇고 나는 그냥 흔적? 추억? 남기는 걸 좋아한다. 그래서 내 하드 드라이브에 보면 옛날 사진, 예전 대화 내용, 학교 과제 등등 모든게 남겨져 있다.

스티커 사진, 손편지, 영화 티켓 등등 뭐든 추억거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은 가급적 버리지 않고 보관한다.

그래서 내 친구들은 자기네들 과거도 내가 다 들고있다고 나를 '판도라의 상자' 또는 '유물발굴기'라고도 부를 정도다... (나란테 잘해 얘들아)


뭐, 추억도 소소란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주니까.


May your life be miniful.




'Brand Marketing > Practice maketh Perfect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'메신저'라는 향수  (0) 2017.11.16
0 Comments
댓글쓰기 폼